프로젝트가 클수록 더 날카로워져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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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in readDec 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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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라미(오미람) / UX Designer

부제: 알림 UX 개편기

알림은 앱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우리는 하루에 수십 개의 알림을 받지만, 그 중 유용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찾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사용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메시지의 간결함과 타이밍에 달려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그만큼 맥락과 상황에 맞는 알림을 적시에 보내는 것이 긍정적인 앱 경험을 만드는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여기어때 알림은 어땠을까요? 저는 지난 1월, Notification framework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기존 알림함은 사용자에게 발송한 알림들을 보관하고 있지 않았어요. 사용자가 앱으로 받는 푸시 알림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이벤트 알림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Phase 1에선 여행 여정에 있어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이 휘발되지 않도록 잘 적재하여 보여줄 수 있는 뼈대를 만드는 것이 저의 역할이었죠.

처음 Notification framework 프로젝트를 전달받았을 땐 큰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사실 ‘금방 끝나겠구나~’ 싶었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견하지 못하고요.

그렇게 Notification framework의 Phase 1인 알림함 디자인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알림함은 제가 입사하고 0부터 시작해서 만든 첫 도메인이었기 때문에 고민과 애정을 담아 만들었어요. 저에게 금지옥엽 막내딸 같은 느낌이었죠. 래퍼런스 조사부터 다양한 아이디에이션을 했고, 이렇게 만든 알림함을 디자인 리뷰에 가져갔었어요.

첫 리뷰 결과는 어땠을까요? 애석하게도 좋지 않았어요. 알림함이 각 도메인에서 전하고 싶은 말들은 보낼 수 있는 소통 창구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참석했었고 이때 질문 폭탄을 받았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 번의 실수가 발생하기까지 수 많은 경고가 있었을 텐데 이걸 이때의 저는 미처 알지 못했어요.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뻔한 시그널들은 무엇이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알림함 작업을 하며 아쉬웠던 점과 한층 더 성장했던 순간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얼라인(Align)의 중요성

첫 번째 디자인 리뷰가 아쉽게 끝나게 된 이유는 2가지였어요.

하나, 프로젝트 방향성에 대해 PO와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던 점
둘, Notification framework 자체가 큰 프로젝트인데 이걸 간과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번 개선에 둘 것인지 정하지 않고 시작한 점

때문에 디자인 리뷰에서 PO과 저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개선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로 제가 생각한 범위와 아이디어를 다 갖고 리뷰를 받았었어요. 그러다보니 피드백을 주는 입장에서도 ‘이걸 어디서 부터 어떻게 피드백을 줘야할지.. .’라는 멘붕에 빠졌던 것 같아요.

단순히 화면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각 도메인의 요구사항과 우선순위를 어떻게 보여줄지도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었죠.

이 디자인 리뷰 이후 가장 먼저 진행한 건 우리의 방향성을 맞추는 것이었는데요. 그래서 바로 PO와 워크샵을 진행했어요. 워크샵은 이틀동안 진행했고, 목적은 대략적인 뼈대를 같이 맞추자라는 취지였죠.

워크샵 현장

이틀 동안 워크샵에선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말과 글로 Notification framework를 정의했어요. 각 Phase를 어떻게 구성하고 이번 Phase1에서 어떤 걸 진행할지 와 같은 큰 방향성을 맞추고, 알림함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해 명확하게 확정했죠.

논의 끝에 Phase1에서는 우선순위에 맞춰 예약, 포인트, 쿠폰, 고객센터 알림을 넣기로 했어요.

예약 알림은 예약 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약 완료 이후 사용자가 경험하게 될 상황까지 책임져야 했죠. 그래서 예약 취소, 예약 완료, 예약 리마인드로 구분하였고, 예약 알림의 경우 OTA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알림함 상단에 배치해 사용자가 알림함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어요. 또한 같은 예약 아이콘을 사용하지만 알림 상황에 따라 아이콘간 차이를 두어 알림 리스트 안에서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어요.

여기어때에는 다양한 비숙박/숙박 카테고리가 있어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담당 PO가 각 도메인 PO들과 미팅을 가졌고, 미팅을 바탕으로 확장성을 고려해 기본이 될 수 있는 문구로 UX Writer가 탬플릿 작업하며 알림함의 완성도를 높여주었어요.

그리고 예약 알림만큼 중요했던 알림이 있는데, 바로 고객행복센터에서 보내는 알림이었죠. 고객행복센터에서 사용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 결번, 객실가 오등록, 만실, 숙소 이용 변동]은 사용자가 즉시 확인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으로 판단해 전화, 문자 등으로 고객행복센터에서 직접 연락하고 있는데요. 물론 알림 메시지를 발송하고 있었지만, 이전 알림함의 경우 알림함의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했었어요.

그래서 고객행복센터팀과 미팅을 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였고, 고객행복센터에서 보내는 알림은 긴급 건이기 때문에 중요한 알림으로 구분하기로 했어요. 사용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한 상황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우선순위는 예약 알림보다 더 높게 고려하여 진행하였어요.

또한, 사용자가 확인해야 하는 긴급 알림이기 때문에 메시지를 한 번에 인지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어요. 그 외 쿠폰, 포인트 알림은 최근 알림에 구분하여 스크롤 하거나 tab을 이동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죠.

이렇게 만들어진 디자인은 바로 po와 논의를 거쳐 notification center의 리드 분들과 함께 여러 단계의 디자인을 거쳐 싱크업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계속해서 최종의 최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죠.

데이터로 사용자의 속마음 파악하기

알림 설계에서 중요한 게 뭘까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문구도 있고, 아이콘, 알림 카드 디자인 등 많이 있겠지만 알림을 받게 될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하고 고려하는 것이 핵심적이라 생각해요. 그럼 여기어때 사용자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요? 여기어때는 모텔 이용 사용자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알림 삭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됐었어요. ‘알림 삭제가 왜…?’ 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모텔 사용자를 고려했을 때 예약 알림을 따로 보관할 만큼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죠. 하지만 알림함에서 예약 알림은 상단에 노출할 만큼 중요한 정보로 구분되고 있고, 이 알림들은 쌓이기 때문에 삭제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죠.

그래서 모텔 사용자가 알림을 얼마나 삭제하고 싶어하는지 알아야 했어요. 이 니즈는 예약 내역을 삭제하는 데이터를 참고하기로 했죠. 실제 확인한 데이터는 결제 완료 기준으로 예약 완료와 예약 취소 내역 모두 적지 않게 삭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림 삭제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죠.

다만, 삭제를 대놓고 유도하기 보단 자연스럽게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삭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했어요. 따라서 알림 카드에 삭제 버튼을 노출하지 않았고, 스와이프 하여 삭제할 수 있도록 했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었어요. 스와이프로 삭제하는 방식은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낯설게 느낄 수 있어 삭제 방법을 알려줘야만 했었죠.

이 과정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일반적인 튜토리얼이나 기능을 알려주는 코치마크나 팝업, 바텀 시트 같은 기능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보다 큰 스케일로 느껴져 제외되었어요. 결국 두 가지 주요 아이디어로 논의를 진행했어요. 첫 번째는 애니메이션을 활용하는 것이었어요. 알림 카드에 삭제하는 방법을 시각적으로 안내하는 것이었는데, 개발팀과 미팅을 통해 기술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우리 앱에서 익숙한 툴팁을 활용해 간결한 문구와 함께 삭제 기능을 소개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작은 기능에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알림함을 통해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작지만 중요한 기능이라면 사용자의 특성과 비즈니스 특수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마무리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알림함은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는데요. 헤맨 과정까지 포함하면 10주에 걸친 긴 여정이었어요. 알림함을 만들기 위해 많은 개발팀도 참여했어요. 아마 제가 일을 시작하고 가장 많은 개발팀과 협업을 했던 프로젝트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프론트를 담당해준 앱 개발팀부터 시작해 유저혜택개발팀, 주문결제개발팀, 서비스개발팀 3개월에 걸친 개발을 진행하였고, QA 검증까지 포함하면 장장 7개월 걸린 큰 프로젝트였죠.

Notification framework 최종 모습을 향해 최근까지도 알림함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OTA는 결제뿐만 아니라 그 이후 여정도 지속해서 고려해야 한다 라는 책임감이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사용자의 end to end 경험까지 심리스하게 책임질 수 있었던 뜻깊은 프로젝트였어요.

무엇보다 화면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단순한 화면 몇 개지만 빙산의 일각처럼 시각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화면 하나를 만드는데 많은 사람의 노고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된 프로젝트였어요. 매번 똑같지만 일의 절반은 사람들의 합의고, 합의만 잘하면 일의 절반은 성공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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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소연(Jetty) UX Writer

*해당 글과 이미지를 인용 또는 재가공 시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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