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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Writer, 1년 동안 어디까지 할 수 있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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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다정(Didi) / UX Writer

<1편: 우리만의 일하는 방식을 만들다>

올해 1월 여기어때의 ‘첫 UX Writer’로 입사한 디디입니다.

입사 첫 달은 미지의 행성에 착륙한 우주인이 된 기분이었어요. 앞으로 UX 라이터로 잘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막막하면서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에 두근거리기도 했습니다. 같은 날 입사한 다른 UX 라이터 제티와 함께 앞으로 UX 라이팅이 서비스와 조직에 꼭 필요한 도구로 자리 잡기를 바랐어요. 아직 이 행성이 어딘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마션>의 주인공처럼 꼭 잘 살아남아서 감자까지 재배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기분 좋은 사실은 연말인 지금 누가 ‘그래서 여기어때에서 감자 재배에 성공했대?’라고 물어본다면 ‘네’라고 대답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일 년 동안 이 곳에서 감자를 수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소개해드릴게요.

라이팅 시스템의 씨앗을 심다

농사를 시작하려면 땅부터 고르고 씨앗을 뿌려야겠죠. UX 라이터에겐 ‘라이팅 시스템’이 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제품에 하나의 라이팅 시스템을 만듦으로써 앞으로의 라이팅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습니다. 또, 시스템은 PO, 디자이너 등 작업자가 UX 라이터가 아니더라도, 일관된 라이팅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됩니다.

여기어때 라이팅 시스템은 디자인 시스템에 속해있으며 ‘Tone of Voice(TOV), Priniciples of Writing, UI Text Guidelines’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TOV는 제품이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사용하는 어투, Priniciples of Writing은 라이팅 의사 결정 시 기준이 될 글쓰기 규칙, UI Text Guideline은 다이얼로그나 CTA 버튼 같은 UI 컴포넌트 속 텍스트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입니다.

최소한의 라이팅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3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시스템 제작 과정은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했습니다. UX 라이터가 라이팅 시스템에만 모든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가이드가 가장 먼저 나와야 하는지 고민해야 했어요. 이는 제품 기능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어요. 가이드의 우선 순위는 UI 컴포넌트의 활용도를 기준으로 결정했어요. 예를 들면 다이얼로그(Dialog) 컴포넌트가 공지(Notice) 보다 화면상 쓰임이 많고, 정보 위계가 높기 때문에 다이얼로그의 가이드라인을 우선 작업했습니다.

’Dialog’ 컴포넌트의 라이팅 가이드 일부

최적화된 가이드 전파 방법을 찾다

라이팅 시스템을 작업하며 항상 느끼는 건 가이드를 만드는 과정만큼 만들어진 가이드를 실무자에게 잘 학습시키고, 또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멋진 가이드가 있어도 UX 라이터 외엔 아무도 그 내용을 모른다면 그 가치는 적을 수밖에 없겠죠. 디자이너나 PO(기획자)도 라이팅 가이드를 이해하며, 결국 라이팅 시스템이 제품에 최대한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 상황에선 전체 디자인 시스템에 할당된 개발 리소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플러그인 제작 같은 개발 공수를 써서 라이팅 가이드를 전파하는 방법은 엄두도 낼 수 없었어요. 대신 주어진 환경에서 가이드의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를 계속 고민했어요.

Figma의 Component Configuration 기능을 활용해서 UI 텍스트 가이드의 접근성을 높였다

우선 UI 텍스트 가이드는 디자이너가 작업할 때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디자인 시스템 Figma 파일에 정리해두었어요. 또, 구체적인 Do와 Don’t의 케이스를 이미지로 만들어서 가이드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위에서 라이팅 시스템 제작 과정이 제품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는데요. 라이팅 시스템이라는 제품의 주 사용자는 UI 텍스트를 가장 많이 다루는 디자이너입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가장 접근성이 높은 곳을 가이드 전파 장소로 선정한 셈이죠.

이상적인 환경을 기다리기보단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화된 전파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중요한 건 가이드가 문서로만 남지 않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서 빠르게 테스트해보는 것입니다.

교육으로 전파하기

‘교육’은 라이팅 가이드 전파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입니다. 라이팅 가이드 외에도 교육만을 위한 준비 시간을 또 들여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이드의 의도까지 직접 설명해줄 수 있어 듣는 사람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 교육 현장에서 가이드 사용자(디자이너, PO)의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올 초 진행했던 <UX 라이팅과 UX 라이터 이해하기>교육 중

첫 몇 달의 교육은 ‘UX 라이팅이 무엇인지, UX 라이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같은 기초적인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제품팀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어요. 팀원 중 대다수가 이전에도 UX 라이터와 일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누구고, UX 라이팅이 무엇인지 알아야 앞으로 만들어질 가이드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UX 라이터가 아니더라도, 나의 일이 ‘최초’라면 팀원들이 나의 존재와 내가 앞으로 할 일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진행한 <라이팅 자주 묻는 질문> 세션

UI 컴포넌트 가이드는 특히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완성된 가이드를 일방적으로 전수하는 게 아니라, 가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시로 디자이너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았기 때문에 디자이너 분도 쉽게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올해는 UX팀에 새로 오신 디자이너 분들이 많아서 신규 입사자를 따로 모아 라이팅 가이드 교육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하는 방식을 정의하다

이렇게 라이팅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많은 팀원 분들이 UX 라이터의 역할도 인지하게 되었어요. 혼자서 끙끙 고민하던 것들이 UX 라이터를 거치면 짜잔- 하고 해결되는 경험에 놀라기도 하셨어요. 덕분에 라이터들의 일거리도 계속 늘어났어요.

문제는 맥락이야!

많은 이슈를 처리하면서 성취감이 컸지만, 사실 UX 라이터들은 이맘때쯤 맥락 학습의 어려움에 봉착해 있었어요. 당시 ‘#uxw-request’라는 슬랙 채널을 통해 라이팅 요청을 받아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는데요. 슬랙 채널에 던져진 ‘ㅇㅇ에 대한 문구 부탁드려요.’라는 납작한 문장 만으로는 작업을 시작하기 어려웠어요.

UX 라이터에겐 무엇보다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슈에 대한 풍부한 맥락과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맥락이 있었는지 알기 위해 긴 슬랙 스레드를 만들고, 요청자의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잘못 이해한 상태에서 틀린 라이팅을 하기도 했습니다.

UX 라이터들은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하고 빠르게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디자이너나 PO가 제품의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과정에 우리도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UX 라이팅도 결국 문제 해결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처음부터 이해하고 있다면 나중에 맥락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UX 논의 미팅에 최대한 참여하고, 라이팅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디자이너와 만나 플로우와 UI 구조에 대해 공유받고 라이팅 작업 방향에 대해 싱크를 맞췄어요.

물론 모든 미팅에 다 참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업무 우선순위를 예민하게 챙겨서 더 중요한 프로젝트는 더 많은 맥락을 알고 있도록 했죠. 이런 과정을 통해 UX 라이터들은 라이팅 작업에 필요한 학습의 난이도를 낮출 수 있었어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굿바이 라이팅 요청 채널’)

이렇게 상반기엔 제품 보이스 톤 정의, 기본적인 UI 텍스트 가이드라인 제작, UX 라이터와 일하는 방식 최적화를 통해 앞으로 UX 라이터가 일할 수 있는 대략적인 환경을 모두 조성했어요. 화성에 UX 라이팅이라는 씨앗을 뿌리기 위해 밭을 고르는 작업이 얼추 마무리되었죠. 그리고 하반기엔 좀 더 본격적인 감자 농사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다음 편의 UX Writer에서 ‘Maker’가 된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 글쓴이를 더 알고 싶다면?: 링크드인

그래픽: 김제린(Riny) Visual Interaction Designer
도움: 이소연(Jetty) UX Writer

*해당 글과 이미지를 인용 또는 재가공 시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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